열두시까지 야근을 했다. 퇴근 길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폐속에 가득한 담배연기를 토해내며 가뿌게 뛰었다. 겨우 잡아탄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뒤쪽 출입문이 닫히지 않아서였다. 만원 버스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닫히지 않는 문 쪽으로 고개만 길게 내밀었다. 나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도 전에 택시를 잡아탈 요량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두 걸음 쯤 버스를 뒤로 하고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을 때 굉음이 터졌다. 승합차가 길가에 비상등을 켜 놓고 서 있는 버스의 뒤꽁지를 들이받았다. 충돌은 메아리조차 치지 않고 한기 속에서 거칠게 찢어졌다. 푸른 부동액이 눈 덮인 아스팔트 위를 피처럼 흘렀다. 뒷목을 부여잡고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은 길가에 흩어졌고, 담배연기가 어둠 속에 스몄다. 승합차 운전자는 만취상태였다. 운전자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지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귀가는 이 머저리 같은 새끼 때문에 더 늦어졌다. 그리고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느라 나의 밤은 더 짧아졌다.